‘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는 속담이 있다.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가장 명심해야 할 말이다. 도시에서는 일단 길이 나 있으면 사도(私道)라 하더라도 막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길이라고 다 길이 아니다.
분명히 형태 상으로 도로가 나 있고, 사람의 통행이 많은 길이라도 법적으로 도로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분명 도로인데 지적도에는 없는 '유령 도로'
전원주택을 지을 때 주택 부지가 길과 닿아 있지 않으면 건축 허가가 나지 않는다. 이런 땅은 건축법상 '맹지'로 분류돼 일체의 건축 행위가 불가능하다.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지적도상으로 분명히 구분이 돼 있어야 하고 사유지가 아니어야 한다.
만약 사유지라면 반드시 지주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 승낙서를 받든지, 어떤 형태로든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10년 전 교직에서 은퇴하고 낙향해 살땅을 찾고 있던 윤모 씨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단지형 전원주택지 580평을 평당 약 70만원에 구입, 땅값 4억600만원까지 완납했다.
들어오는 길이라고는 흔적만 남은 오솔길 뿐이었다.
개별 필지도 아닌 단지 개발을 하면서 설마 진입로도 확보하지 않았겠는가 믿고 계약한 것이 실수였다. 집을 지으려고 보니 진입로 개설 부지를 소요하고 있는 동네 주민이 땅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불러 진입로 개설이 불가능하게 됐다.
건축업계에서는 이런 땅을 '맹지'라고 부른다. 이런 땅에는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아 전원주택을 지을 수 없다.
결국 윤씨는 분양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땅값은 사실상 날린 셈으로 쳐야 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이씨는 강원도 홍천에 다시 6000여평의 준농림지를 구입, 직접 집을 지었다.
이번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직접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현황 도로이지만 구거이거나 농지인 경우 많아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부지를 매입할 때 분명히 매입 대상 부지까지 도로가 나 있는 것을 확인하고 토지 매매계약서 도장을 찍고 잔금 까지 납부했다가, 건축 허가 단계에서 맹지로 밝혀져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시골에서는 분명히 도로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법정 도로가 아니라 농지이거나 농로이거나 구거일 수 있다. 구거(溝渠)란 작은 도랑을 말한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도랑을 매립해 도로로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현황은 분명히 도로이지만, 지목 상으로는 구거로 기재돼 있다.
차가 다니는 길이니까 도로이거니 해서 전원주택을 지으려 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 땅은 맹지라는 의미이다.
농사만 지을 목적이라면 맹지여도 상관없지만 그 안에 시설물을 신축하려면 도로를 신설하거나 복구하고 사용 승낙서를 받아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전원주택을 지을 땅을 매입할 때는 도로 부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사전에 필요하다.
길이 잘 놓여 있는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들은 일단 도로만 있으면 진입로는 해결된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시골에서는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도나 지방자치단제가 관리하는 지방도가 아니면 일단 길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돌 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는 심정으로 확인을 한 다음에 터를 잡아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